비트코인 재무회사란 무엇인가?

국가가 발행한 법정화폐로 자본이 형성된 세상에서, 주식을 팔아 국채를 사들이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최소 14% 수준인데, 국채 수익률은 세후 1~3%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신용을 발행해서 법정화폐나 국채를 사들이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건 다양한 형태의 증권, 즉 국채·회사채·CLO 같은 신용 상품, 보통주·우선주·ETF·리츠 같은 주식 상품, 그리고 선물·옵션·스왑·ELS 같은 파생 상품들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전환될 수 있다. 원유를 예로 들어보자. 원유 자체로는 집을 데우거나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하지만 정제 과정을 거쳐 등유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난방 연료, 로켓 연료, 항공 연료로 쓰일 수 있다. 즉, 원유는 등유라는 ‘가공된 형태’로 가치가 실현된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에너지, 일종의 원자재 같은 자산이었지만, 시장이 바로 그 형태를 원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들이 필요했다. 이들은 갈 곳을 잃은 자본을 ‘가공’해 재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 세계 자본의 절반 이상, 거의 3분의 2가 은행, 연금 펀드, 보험 펀드, 퇴직연금, 인덱스 펀드, MMF 같은 제도권에 묶여 있다. 이 자본은 엄청난 규모로 잠겨 있고, 그 안에서 각자 다른 요구를 한다. 연금·보험은 장기 이자 수익을 원하고, 머니마켓은 단기 유동성과 크레딧 스프레드를 원하고, 주식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원한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은 바로 이런 요구에 맞춰 ‘디지털 에너지’를 잘라내고 가공한다. 예를 들어 대차대조표에 10억 달러 어치 비트코인이 있으면 여기서 원하는 만큼 신용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담보 비율을 몇 배로 잡을지, 유동성은 얼마나 제공할지, 신용 보증은 어떻게 설정할지, 만기는 몇 년으로 할지, 수익률은 어떤 형태로 줄지 — 모두 설계할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원화 기준으로 연 5% 수익을 주는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자. 현재 한국 머니마켓의 평균 수익률은 약 2%이고, 잔고 규모는 230조 원 수준이다. 이 시장에 5% 수익을 주는 상품을 공급한다면, 담보 비율을 10배로 할지, 5배로 할지, 혹은 2배로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또, 20대 1 담보에 3년마다 풋옵션을 주는 식으로 신용 구조를 바꿀 수도 있었고, 2대 1 담보에 높은 수익률을 설정해 ‘정크 본드’ 같은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은 어떤 통화, 어떤 만기, 어떤 담보율, 어떤 변동성을 갖춘 신용 상품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기업 재무담당자에게도 매력적이다. 그는 직원 월급을 지급하고 사무실 임대료를 내야 했기에,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 아닌 머니마켓 같은 안정적 상품에 넣는다. 이렇게 변동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 달러 규모로 묶여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하되, 변동성을 제거하고 안정적인 이자율을 제공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산업에서 ‘등유’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순수 이자율’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달러 환율 리스크 없이 원화 기준으로 5%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 상품을 원한다. 환율 리스크, 만기 위험, 변동성, 신용 위험을 제거한 채 순수 유동성만 제공하는 상품이라면 수요는 확실하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신용 상품을 발행해 원화로 5~6% 이자를 준다면, 비트코인의 평균 50%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45%의 스프레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차익이 바로 트레저리 기업의 기회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이런 기업들은 필요하다. 은행과 제휴해 B2B 방식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도 있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미국에는 아직도 5천 개 은행이 있고, 보험사와 연금사, 펀드 운용사들도 수천 개가 있었다. 이들 모두가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 결국, 수천 개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무위험 금리가 0.5%, 스위스는 -0.5%, 유럽은 2%, 미국은 3~4%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은 10%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비트코인 재무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을 얼마든지 만들어주는 금융 상품 제조사다.
'비트코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트코인 변동성은 필연적이다. (0) | 2025.11.16 |
|---|---|
| 비트코인은 개당 292억원이 될 것이다. (0) | 2025.09.06 |